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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계 잘하기/소통과 관계 잘하기

4. 이일대로 : 여유를 갖고 상대방이 피곤해지기를 기다려라

중국에 ‘ 제아무리 낮이 길다 해도 하루는 24 시간이다 . 낮이 길면 밤이 짧은 법이다 ' 라는 말이 있다 . ‘ 이일대로 ' 와 상통하는 속담이다 . 기다리면 때가 올 터이므로 , 여유를 갖고 그때를 기다리라는 것이다 .

여기서 ‘ 이일대로 ' 는 무작정 차일피일 미루는 무책임한 행동이나 일단 문제를 회피하고 보자는 소극적인 행동이 아니다 . 상대방과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며 기다리다가 가장 시기가 무르익었을 때 과감하게 행동하라는 계책이다 .

이 계획을 잘 이용하여 승리로 이끈 전쟁이 있다 . 춘추 전국시대에 제나라가 노나라를 침공하였다 . 전에도 몇 번 패한 적이 있는 노나라는 이번 침입에 당황하여 병법가를 찾다가 산중에 은거하던 조리를 천거받았다 . 새로운 병법가는 노나라 장수와 함께 전쟁터로 나갔다 . 쌍방이 대치하고 있을 때 , 이전의 전투에서 이긴 경험이 있는 제나라의 장수 포숙아는 전면적인 공격 명령을 하달하였다 . 모든 군대가 우렁찬 함성과 북소리를 높이며 쳐들어오자 노나라 장수도 이에 맞서 싸울 채비를 하였다 . 이를 보던 새로운 병법가 조리는 “ 절대로 나가서 응전하지 말고 , 수비를 굳건히 하여 피해를 최소화하십시오 . ” 하고 진언하였다 . 이렇게 수비 위주로 전투를 하자 제나라는 저지망을 뚫지 못하고 퇴각하고 말았다 . 다시 제나라 군사가 공격을 해왔으나 처음과 마찬가지로 수비선을 돌파하지 못하였다 . 다시 세 번째 공격 명령을 하자 제나라 군사들의 마음속에는 ‘ 이번에도 수비만 하고 응전 하지 않겠지 . ' 하는 생각이 자리잡아 전격을 하면서도 마음의 해이해져 있었다 . 그러나 이때 노나라의 병법가 조리는 “ 지금이 나가 싸울 때입니다 . 모든 힘을 다하여 응전을 하십시오 . ” 하고 간하였다 . 이에 따라 노나라의 병사들은 참았던 울분을 터뜨리듯 몰려 나가서 마음이 해이해진 제나라의 군사를 무찔러버렸다 .

‘ 만만디 ' 의 생활 습관에 젖은 중국인들은 현대 비즈니스에도 이 전략을 매우 잘 구사하고 있다 . 그들은 미국과 같이 자신들보다 큰 힘을 갖고 있는 회사와 협상을 할 때 기술적 , 자금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협상을 맺는 경우가 종종 있다 . 바로 ‘ 이일대로 '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기 때문이다 .

중국인들은 외국 회사와 협상을 할 때 , 가능하면 자신의 나라에서 하자고 고집한다 . 외국 회사 협상 담당자들은 중국에 와 머물면서 자신들의 경비가 소모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불편한 생활과 언어 때문에 조급한 마음을 갖게 된다 . 상대방을 홈그라운드에 불러들여 상대방이 지치기를 여유롭게 기다렸다가 마음이 조급해지고 지친 상대방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자신에게 유리하게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.

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가장 수치스럽게 패배한 전쟁은 베트남전이다 . 이 전쟁에서 미국은 종전 협상조차 완전하게 패했다 . 이 종전 협상은 ‘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성공한 베트남 ' 과 ‘ 성급한 태도로 실패한 미국 ' 이라는 대비로 고전적인 예가 되었다 .

파리에서 베트남전 종전 협상을 할 때 , 미국측 협상팀은 빠른 시일 내 협상 종결을 하겠다는 목표 아래 일주일 단위로 호텔을 예약하여 투숙하였다 . 반면에 베트남측은 협상 준비를 위해 파리 시내에 주택을 임대하였다 . 여유를 갖고 협상에 임한 베트남 측은 협상을 무려 2 년여 동안 지속하면서 상대방이 피곤해지기를 기다려 유리하게 협상을 종결지었다 .

협상에 있어 시간은 가장 역동적인 역할을 한다 . 협상 초기에는 불리했던 사안들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유리하게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. 그런데도 사람들은 시간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조급해져서 자신에게 불리해지더라도 협상을 종결지으려 한다 . 성공적인 협상을 원한다면 여유를 갖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여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될 때는 산처럼 침묵하다가 , 기회가 왔다고 판단될 때 파도처럼 몰아쳐야 한다 . 물론 이 전술의 가장 중요한 점은 시기를 제대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.

기다리는 여유를 가지려면 협상을 미리미리 계획하고 진행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. 그리고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항상 상대방에 대한 정보와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