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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계 잘하기/소통과 관계 잘하기

23. 원교근공 : 상대방의 대외관계를 분석하라

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멀리 있는 상대와 친하고 , 가까이 있는 상대를 공격하라는 ‘ 원교근공 ' 은 전쟁의 가장 기본적인 전술이었다 .

전국 시대 범수라는 사람은 지리적으로 멀고 가까움을 따져 협력할 대상인지 공격할 대상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으며 ,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원칙을 따랐다 .

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는 주변 나라들을 정복함에 있어 멀리 떨어져 있는 적과는 동맹을 맺고 , 가까운 적을 치면서 나라를 통일했다 . 즉 ,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와 연합하여 가까운 나라를 정복한 다음에는 연합했던 나라와 가까이 있게 되자 다시 정복하는 전술을 사용하였다 .

히틀러가 제 2 차 세계 대전을 일으켰을 때에도 이와 같은 ‘ 원교근공 ' 의 전술을 사용했다 . 독일이 체코를 침공했을 때만 해도 영국은 자신들이 전쟁에 개입되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며 , 폴란드를 침공했을 때 조금 떨어진 러시아는 몇 달간의 평화를 가질 수 있었다 .

이와 같은 ‘ 원교근공 ' 의 계는 자신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차근차근 세력을 넓히고 이익을 얻는데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. 따라서 오늘날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이러한 예가 비일비재하다 . 기업들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처음에는 동맹임을 강조하지만 ,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어김없이 적이 되는 것이다 .

협상을 할 때도 자신들이 힘이 없을 때는 웃으면서 상대방에게 많은 양보를 해서라도 타결하려 들지만 , 얼마 후 힘이 축적되면 안면을 바꾸고 앞서 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적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.

비즈니스 세계에서 협상을 이끌어 가는 힘은 시간과 주위 상황에 따라 항상 변한다 . 예컨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위하여 협상을 할 경우 , 부도 위기에 몰려 있을 때는 부도를 막기 위한 현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여러 조건들을 대폭 양보하고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 .

그러나 일단 전체 부채액이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나게 되면 이제는 힘이 은행에서 기업 쪽으로 상당 부분 이동된다 . 재벌 기업이 부도 위기에 몰리게 되면 협조 융자라는 형태로 기업 경영이 건실했을 때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돈을 빌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. 이는 시간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같은 사람이 같은 의제를 가지고 협상을 하더라도 힘의 균형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. 상황 변화에 따라 약속을 뒤집는 ‘ 원교근공 ' 의 전술에 대한 방어책은 단호한 의지 표명이다 . 비즈니스 협상이란 협상을 종결하는 시점에서 각각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을 서로 부담하는 것이다 . 그러므로 상황이 변화했다는 , 즉 이미 약속했던 각자의 위험 분담을 다시 변경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할 필요가 있다 . 물론 때에 따라 이미 체결한 계약도 재협상을 통하여 변경해야 할 경우도 있지만 , 대부분의 경우 ‘ 원교근공 ' 의 전략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습관적이다 . 약속 뒤집기를 밥 먹듯 하는 것이다 .

이 전략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협상 상대자의 성향을 가늠하는 것이 중요하다 . 만약 협상 상대자가 과거의 약속을 뒤집고 자신들의 이익을 취했던 자라면 지금 아무리 좋은 협상을 하고 동맹을 맺는다 할지라도 배반할 가능성이 높다 . 또한 협상이 잘 이루어지고 상대방과 가까워졌다고 해서 그 관계가 영원히 지속되리라고 믿어서도 안 된다 . 대부분의 비즈니스 협상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상황에 맞도록 하는 것일 뿐 영원한 약속이 될 수는 없다 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