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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계 잘하기/소통과 관계 잘하기

24. 가도벌괵 : 상대의 체면과 명분을 세워 주어라

길을 빌려 괵나라를 친다는 뜻이다 . 지정학적으로 두 강대국 사이에 약소국이 놓인 상황에서는 두 강대국 중 한 나라가 반드시 무력으로 그 약소국을 위협하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. 그러면 다른 강대국에서는 그 약소국이 생존 심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세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. 이것이 바로 ‘ 가토벌괵 ' 의 전술이다.

진나라는 괵나라를 정벌하기 위하여 우나라에게 길을 빌려 달라고 청원했다. 진나라에서는 우나라를 통과하지 않으면 괵나라로 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. 전에도 진나라가 괵나라를 치기 위해 우나라에게 많은 선물을 보내고 통과했던 적이 있었다. 이에 우나라의 궁지기가 우공에게 간하여 말했다.

“ 괵나라는 우나라의 표면입니다.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반드시 따라서 망할 것입니다. 진나라를 인도해서는 안 됩니다. 한번으로도 너무나 심한데 , 그것을 두 번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. ‘입술이 망하면 이가 차진다' 는 속담은 곧 우나라와 괵나라의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.

그러나 진나라의 뇌물을 받은 우공은 궁지기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. 그 직후 진나라는 괵나라를 공격하여 멸망시키고, 돌아 오는 길에 우나라도 공격하여 멸망시켜 버린다.

‘ 가도벌괵 ' 의 고사는 오늘날 협상의 관점에서 이렇게 해석된다. 상대방이 승낙하기 어려운 양보를 요청할 때에는 우회적인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 협상을 쉽게 만든다. 이는 협동적인 협상의 관점에서 볼 때, 상대방이 처해 있는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어 필요한 것을 얻어내면 그만이라는, 상대방의 문제는 내 알 바 아니라며 내 주장만 강하게 내세우는 소극적인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.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명분을 제공하고, 상대의 체면을 생각하며 문제를 함께 풀어 가는 협상 전술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라 . 상대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힘의 우위만 믿고 밀어붙이다가 실패한 협상의 예가 있다 . 1978 년부터 도박장 건설이 허용된 미국 뉴저지 주 아틀랜틱 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. 카지노 건축 예정지에 살고 있는 한 부인에게 부동산 개발 회사는 보잘것없는 작은 주택을 팔라고 종용하게 되었다 . 부동산 개발 회사에서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한 나머지 오랫동안 살아온 그 집에 대한 부인의 애착과 자존심을 생각하지 않고 가격만 높이 부르며 몰아붙이기 식으로 주택 매매를 강요했다. 상대방의 오만한 태도에 기분이 몹시 상한 부인은 절대로 집을 팔지 않겠다고 버티기 시작했다. 이렇게 되자 그 작은 건물 하나 때문에 전체 카지노 건설 계획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.

약한 상대와 협상할 경우, 상대의 체면을 무시하고 독주하다가는 감정적 대립으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. 약한 협상 상대일지라도 체면과 명분을 세워 줌으로써 상대방이 양보 할 수 있도록 하는 ‘ 가도벌괵 ' 의 전술은 현대에도 충분히 적용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