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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계 잘하기/소통과 관계 잘하기

28. 상옥추제 : 상대가 협상에 깊이 개입되도록 하라

사람을 지붕에 올려 놓고 사다리를 치워 버린다는 뜻의 ‘ 상옥추제 ' 전술은 고의로 우군의 약점을 노출하여 적으로 하여금 우군 깊숙이 쳐들어오도록 유인한 다음 선봉과 후원군을 단절시켜 완전히 사지에 빠지도록 하는 것이다 .

한국전쟁에서 유엔군은 이 ‘ 상옥추제 ' 의 전략에 말려 어려움에 빠지고 말았었다 . 인천 상륙 작전 후 한국군과 유엔군은 지리멸렬되어 북으로 도주하는 인민군을 추적 , 압록강 전선까지 갔다가 중공군의 개입으로 보급선이 차단되어 수만 명이 동사하거나 포로가 되는 , 세계 전사에 기록될 정도의 참패를 경험했다 . 강력한 적과 맞대응 하기보다는 적을 깊숙이 유인해서 적 스스로 붕괴하기를 기다리는 전술에 당하고 만 것이다 . ‘ 상옥추제 ' 와 일맥상통하는 서양의 협상 전략에 ‘ Bait&Switch ' , 즉 미끼 전략이라는 것이 있다 . 예를 들어 , 어떤 소비자가 신문 광고에서 컴퓨터를 파격적으로 50 만 원에 세일한다는 광고를 보고 그 컴퓨터 매장을 찾았다 . 그러나 판매 사원은 광고에 나온 50 만 원짜리 모델은 10 대 한정 판매였는데 이미 매진됐다고 하면서 그보다 상위 모델인 80 만 원짜리를 권했다 . 여기서 50 만 원짜리 모델은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하나의 미끼에 지나지 않고 , 실제로는 80 만 원짜리 모델을 판매하기 위한 것이었다 . 광고를 보고 찾아온 소비자들은 비록 억울하기는 하지만 기왕 내친 걸음이라며 이 기회에 상위 모델을 구매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. 미끼 전략이란 이런 경우를 기대하는 광고 전략이다 . 다음은 나와 가까운 K 씨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. K 씨는 미국에서 장비를 도입하기 위하여 세 번이나 미국 출장을 다녀오는 등 협상 상대와 상당 부분 합의가 된 상태였다 . 그런데 느닷없이 상대 측에서 합의가 되지 않은 내용을 추가하지 않으면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이었다 . 이미 계약은 서명만 남겨놓은 단계였고 , K 씨는 그 계약을 추진한 책임자로서 회사 내에서의 입지와 투자한 시간 및 비용을 고려할 때 협상을 결렬시킬 수 없는 입장이었다 . 결국 K 씨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약할 수 밖에 없었다 .

이 전략이 효과적인 이유는 , 결정을 할 때는 앞날의 결과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옳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자신이 투자한 시간과 비용 등을 아까워하여 판단을 흐리기 때문이다 .

경영학의 중요한 기본 원칙 중 하나는 비즈니스 결정을 할 때 이미 투자한 시간과 비용에 구애 받지 말라는 것이다 .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다는 사실 때문에 상대방에게 끌려 다니지 말아야 하고 , 반대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게 함으로써 협상의 주도권을 거머쥐어야 한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