본문 바로가기

관계 잘하기/소통과 관계 잘하기

35. 연환계 : 강한 상대 앞에서는 힘을 모아라

‘ 연환계 ' 는 합종연횡의 전술을 의미한다 . 합종연횡은 합종과 연횡의 두 외교 정책을 합한 말로 , 국제 무대에서의 외교적 각축전을 가리켜 쓰던 말이다 . 이 말을 외교 정책에 처음 듣고 나온 사람은 전국 시대의 소진과 장의였다 .

전국 시대는 이른바 칠웅이 할거해 있던 시대로 , 서쪽으로는 진나라가 강대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, 동쪽으로는 나머지 여섯 나라가 남북으로 줄지어 있었다 .

소진은 여섯 나라가 남북으로 합작해서 방위 동맹을 맺어 진나라에 대항하는 것이 공존공영의 길이라고 주장하여 이를 합종이라고 불렀고 , 이에 맞서서 장의는 약한 나라끼리의 합종 보다는 강한 진나라와 연합하여 불가침 조약을 맺음이 안전한 길이라고 하여 이를 연횡이라 불렀던 것이다 .

소진과 장의는 모두 귀곡자의 제자였다 . 소진이 먼저 이 합종책을 들고 나와 군사 동맹을 성공시킨 다음 그 공으로 여섯 나라의 재상직을 한 몸에 겸하고 자신은 종약장이 되어 동맹국의 왕들이 모인 자리에서의 의장 노릇을 하게 되었다 . 소진의 이 정책을 깨뜨리기 위해 각국을 개별적으로 찾아다니며 진 나라와의 연합책만이 안전한 길임을 설득시킨 끝에 소진의 합종책이 사실상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든 것이 장의였다 .

전국 100 년의 역사는 이 합종과 연횡이 되풀이된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. 이러한 ‘ 연환계 ' 는 다자간 협상에 있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력한 협상 전술로 사용되어 왔다 .

경제 위기 때문에 다소 변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우리 나라의 할리우드 영화 수입가는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. 이는 우리 나라의 영화 수입 업자들이 과다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. 우리 업자들끼리 무분별하게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을 하는 통에 할리우드의 영화 배급 업자들은 어부지리로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. 지금이라도 우리 나라 수입 업자들이 현명하게 ‘ 연환계 ' 를 사용하여 서로 담합한다면 덩치 킨 할리우드 영화사들을 상대로 지금 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.

이 ‘ 연환 ' 의 전략은 다자간 협상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. 우리 나라의 건축 업계에서는 ‘ 연환계 ' 가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다 . 즉 , 관급 공사 등에 입찰할 때 건축 업자들이 돌아가면서 미리 낙찰자를 정해 놓고 밀어주기 식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다 . 이렇게 함으로써 경쟁을 피하고 스스로의 이익을 보호해 왔다 .

이러한 관행이 때로는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, 효과적인 ‘ 연환 ' 의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