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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계 잘하기/소통과 관계 잘하기

36. 주위상 : 때로는 협상 결렬을 선언할 용기도 필요하다

‘ 주위상 ' 의 전술이란 36 계의 마지막 계로서 , ‘ 36 계 중 도망이 상책 ' 이라는 뜻이다 . 적의 전력이 아군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할 때는 투항 , 강화 , 도주의 세 가지 방책밖에 없다 . 이럴 때 투항은 완전히 패배하는 것을 의미하고 강화는 절반의 패배를 의미하지만 , 도주는 결코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.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은 훗날 권토중래의 기회를 남겨 놓는 것이다 . 여기서 말하는 도주란 불리한 환경을 슬기롭게 피하고 , 차후를 도모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.

협상의 목적은 협상 이전보다 나은 것을 얻기 위함이다 . 협상을 하다 보면 과정에 몰입하여 협상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, 어떻게든 빨리 타결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빠질 수 있다 . 즉 , 협상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 때문에 협상 자체에 매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. 그러나 현실적으로 협상의 타결보다는 다른 곳에서 차선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경우 , 과감히 협상 결렬을 선언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.

서양인들도 주위상 전술과 유사한 ‘ Dead Lock ' 전술을 즐겨 사용하며 , 이를 매우 효과적인 전술로 평가하고 있다 . 우리 말로는 ‘ 결렬 전술 ' 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. 합의가 되지 않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아예 협상을 결렬시키는 것이다 . 물론 마음속으로는 완전한 결렬이 아니라 작전상의 후퇴로 볼 수 있다 . 즉 , 상대방의 요구가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마지노선인가를 시험해 보고 , 또한 이쪽의 제안은 더 이상 양보할 게 없다는 점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. 남북 회담에서 북한이 종종 생트집을 잡아 회담을 일방적으로 결렬시키는 것도 ‘ 결렬전술 ' 의 일종이다 . 사실 협상에 있어서 한 번의 결렬은 완전한 결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경우 상대방을 테스트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. 하나의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보편적으로 여러 번 결렬의 위기를 겪기 마련이다 . 그런 의미에서 경험 많은 훌륭한 협상가는 협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지체 없이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. 힘이 부족할 때 다음 기회를 기다리며 후퇴한다는 협상 전술은 협상 첫 시작부터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한다 .

협상 기술 중에서 협상을 진행하다 무익하다고 판단되면 등을 돌리고 나오는 것을 최고로 친다 . 많은 사람들이 도망은 비겁한 짓이라고 비난을 한다 . 그러나 도망가야 할 때 이를 실천에 옮기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. 후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후회를 하는가 ? 병법 36 계 중에서 마지막인 ‘ 주위상 ' 을 최고 , 최후의 수단으로 치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. 후퇴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상황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며 , 주위의 체면이나 자신의 자존심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함께 필요하기 때문이다 .